
혹시 왕년에 ‘UFO TOWN’ 혹은 ‘버블’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 본 반달이들 있어? 아이돌 덕질을 오래 해온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 서비스들은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유료 메시지를 보내면, 아티스트가 그중 일부를 골라 답장하는 소통 서비스야. 아주 드문 확률로 답장을 받으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구! 다른 사람들이 보낸 문자와 내 가수의 답장을 보는 맛도 쏠쏠하고 말이야.
그런데 만약 유명인들과 1:1로 DM을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 반달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과 프라이빗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에 얼마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사람들은 바라만 보는 것으로 족하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활짝 열지도 몰라.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공략한 분산형 소셜 네트워크가 바로 ‘friend.tech’야.
friend.tech는 8월 11일 베타버전이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규 서비스야. 코인베이스의 네트워크 Base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NBA 선수와 e스포츠 커뮤니티 FaZe Clan의 공동 창립자가 합류하며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어.
X 인플루언서와 대화하는 friend.tech
X(구. 트위터)와 연동해 유명인과 대화를 1:1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입장권인 ‘키(Keys)’를 구매하면 유명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비밀의 방이 만들어져. 이때 키는 지분처럼 다양한 사람이 나눠 소유할 수 있고, 키를 가진 사람들만 유명인이 보낸 메시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어. 키의 가격은 수요에 따라 증가하게 되지. 이때 거래당 총 10%의 수수료가 부과되는데 그중 5%는 플랫폼이, 나머지는 계정 소유자인 유명인이 가져가. 유명인은 키를 가진 사람들에게 수수료를 공유할 수도 있지.
유명인과의 프라이빗한 대화는 물론, 지분투자도 가능하다는 점이 인기요인이 됐어. 인기에 힘입어 올해 초 BLUR의 투자를 성공시킨 VC paradigm이 friend.tech에 투자했고, 베타 오픈 이후 115,000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참여하며 입소문을 탔지.
출시 3주만에 떡락한 이유
여기까지만 보면 friend.tec은 쭉 승승장구할 것 같지? 하지만 출시 3주 만에 상황은 급격하게 반전됐어. 활동량과 유입량이 약 90.5% 폭락했고 플랫폼 내 구매자 및 거래수도 급감했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friend.tech의 인기 폭락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어.
첫째, 폰지구조와 유사한 형태가 관측되었기 때문이야. friend.tech의 창립자는 스틸캠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는데, friend.tech 같은 피라미드식 경제시스템을 만들고선 서비스를 몇 달 만에 중단해 버린 전적이 있어. 개인정보 및 자산관리의 부족 등의 문제 등이 겹치며 단기간 내에 높은 금액을 끌어들이고 잠적하는 폰지 구조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둘째, 10만 명 이상의 사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이슈가 제기되었어. friend.tech 측은 해당 정보가 공개 API라고 의혹을 부인했지만 사용자들에게는 이미 부정적인 인식이 각인된 후였지.
셋째, 변경된 X(구.트위터)의 정책 때문이야. 일론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 블루(=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 보내는 것을 제한하기로 했거든. X 연동이 기본이 되는 friend.tech 서비스에 치명적인 이슈가 아닐 수 없지. 또한 일각에서는 friend.tech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어.
나는 많은 서비스가 혜성처럼 나타나 역량에 비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이득만 취하고 빠지면 된다는 식의 마음가짐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종종 봐왔어.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정보가 부족한 이용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더라고. friend.tech도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아 안타까워. friend.tech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